제안서 AI 에이전트 개발도전기 3편

leejewon80

제안서 AI 에이전트를 만들었지만 완성이 아니라 버전 1.0이다. 감동도 있었고 배운 것도 있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

제안서 AI 에이전트 개발 도전기 3편

잘 됐다고 말하기 전에, 안 된 것부터

에이전트가 처음 작동했을 때의 감동은 진짜였다. 하지만 감동이 가라앉고 나면 현실이 보인다. 좋은 점만 쓰는 글은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한계를 그대로 적는다.

01 API 등 오류가 잦고, 해결이 어렵다

Claude 버전에서 API 연동 오류가 반복됐다. 같은 오류가 계속 나왔고, AI도 적절한 해결책을 바로 제시하지 못하고 재작업을 거듭했다. 결국 하루를 꼬박 붙잡고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기술적인 깊이 없이 바이브코딩으로 만든 에이전트의 가장 현실적인 한계였다.

반복된 오류의 해결이 어렵다

오류가 반복되면 해결이 어렵다

02 분량이 늘수록 정밀성이 떨어진다

제안서 분량이 많아질수록 목차 설정과 섹션별 내용 구성의 정밀성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짧은 제안서에서 잘 작동하던 에이전트가 실제 규모의 제안서에서는 흔들렸다. 에이전트가 처리할 수 있는 맥락의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03 나만 쓸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내가 사용하는 목적은 달성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건네줄 수 있는 구조는 만들지 못했다. 에이전트 안에 담긴 맥락과 기준이 나의 경험과 언어로 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쓰려면 상당한 설명과 조정이 필요하다. 도구를 만들었지만 제품은 만들지 못했다.

04 실전 검증이 제한적이다

에이전트를 만들면서 실제 고객의 자료를 사용하지 못했다.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예시 사례로만 실험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프로젝트 데이터로 테스트하지 못한 에이전트가 현장에서 얼마나 잘 작동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05 추가 비용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있다

에이전트를 실제로 운영하려면 API 연동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개인 차원에서도 부담이 되지만, 기업 단위에서 도입하려 할 때 이 비용 구조가 심리적 저항을 만들어낸다.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을 정당화하기가 쉽지 않다.

Calude 사용시 비용 예상치

실질적인 비용은 더 많이 나올 것 같다


가장 근본적인 한계 — 보안

기술적인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하지만 보안 문제는 다르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제안서에 담긴 정보는 가장 민감한 사업 정보다

제안서에는 기업의 전략 방향, 내부 과제, 예산 규모, 사업 우선순위가 담긴다. 여기에 우리 조직의 수주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까지 더해진다. 이 내용을 외부 AI 서버에 그대로 입력하는 것 — 실무자라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사업 관련 정보를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하는 것을 보안 규정으로 제한하고 있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에서 쓸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제안서 AI의 확산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은 기능이 아니라 보안이다.

제안서에 담기는 민감 정보

  • 고객사 전략 방향 및 내부 과제
  • 사업 예산 규모와 우선순위
  • 우리 조직의 수주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
  • 경쟁사 대비 포지셔닝 내용

현장에서 실무자가 마주하는 현실

  • 기업 내부 보안 규정으로 AI 입력 제한
  • 입찰 정보 외부 유출 시 개인 책임
  • 보안 검토 없이 도구 도입 불가
  • 좋은 도구여도 현장 적용이 막힘

AI 에이전트의 진짜 한계는 기술이 아니었다. 제안서라는 영역이 가진 정보의 민감성,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보안 구조가 한계였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제안서 AI 에이전트도 현장에서 제대로 쓰이기 어렵다. 온프레미스 방식의 AI 도입, 기업 전용 폐쇄망 AI 환경, 또는 민감 정보를 AI에 넣지 않고도 작동하는 구조 설계 — 이 방향의 고민이 앞으로 필요하다.


The Real Value

AI 시대에 제안 실무자의 가치는 어디서 나오는가

솔직한 질문

AI가 제안서를 대신 써준다면, 제안 실무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제안서를 직접 써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질문을 해봤을 것이다. AI가 초안을 만들고, 문구를 다듬고, 목차까지 제안해준다면 —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AI가 잘 하는 것과 실무자가 해야 하는 것은 명확히 다르다. AI는 주어진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표현하는 데 뛰어나다. 하지만 제안의 승패를 가르는 것들 — 고객이 말하지 않은 진짜 니즈를 현장에서 포착하는 것, 경쟁사가 어떻게 나올지를 경험으로 가늠하는 것, 우리 조직의 실제 강점 중 무엇을 앞세울지 판단하는 것 — 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AI가 확산될수록 실무자의 가치는 오히려 이 판단력에서 나온다. 똑같은 AI 도구를 써도 전략적 방향을 잡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제안서는 완전히 다르다. AI는 도구다. 도구를 어떤 방향으로 쓸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① 고객을 읽는 것 : 숨겨진 니즈 파악

RFP에는 요구사항이 적혀 있다. 하지만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 내부에서 어떤 갈등이 있는지, 어떤 결과를 두려워하는지는 현장에서 사람이 직접 읽어야 한다. AI는 RFP를 분석하지만, 고객을 만나지는 못한다.

② 전략 방향을 잡는 것 : 무엇으로 이길 것인지 결정

AI는 다양한 전략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조직의 실제 역량, 고객과의 관계, 경쟁사의 약점을 종합해서 “이번 제안은 이것으로 간다”고 결정하는 것은 실무자의 판단이다. 이 판단이 없으면 AI가 만든 제안서는 방향 없는 글이 된다.

③ AI 결과물을 검증하는 것 : 이기는 제안의 방향 제시

AI가 만든 초안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려면, 좋은 제안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검토하고, 방향을 수정하고, 다시 요청하는 반복 과정에서 실무자의 기준이 없으면 AI는 그냥 그럴듯한 글만 계속 만들어낸다.

④ 책임을 지는 것 : 제안서의 최종 작성자이자 승인자

제안서는 결국 우리 조직이 고객에게 하는 약속이다. AI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 제안서에 담긴 내용에 책임을 지고, 수주 이후를 설계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도구가 만든 결과물에 이름을 거는 것은 여전히 실무자다.

AI를 잘 쓰는 실무자가 잘 이기는 게 아니다. 이기는 제안이 무엇인지 아는 실무자가 AI를 잘 쓴다.


Next Steps

계속 발전시켜야 할 것들

버전 1.0이 나왔다. 다음 버전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보인다.

01 보안을 전제로 한 구조 설계

실제 고객 데이터를 쓰지 않고도 작동하는 구조, 혹은 폐쇄 환경에서 운영 가능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 보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현장 도입은 요원하다.

02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구조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아니라, 제안서 실무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술 전문성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03 분량 대응 정밀성 개선

실제 규모의 제안서에서도 목차-내용 연결성과 전략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에이전트의 처리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04 전략 개발 단계의 강화

현재 시장의 AI 도구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 — 고객 분석, 경쟁사 시뮬레이션, 차별화 전략 도출 — 을 더 정교하게 다루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05 실전 검증의 축적

예시 데이터가 아닌 실제 프로젝트에서의 테스트가 필요하다. 보안 문제가 해결되는 환경에서, 실제 제안서 작업에 적용해보며 에이전트를 다듬어야 한다.

06 비용 구조의 합리화

API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에서, 그 비용이 정당화될 만큼의 효율 향상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와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Closing

결국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3편에 걸쳐 제안서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활용하고, 그 한계를 발견한 경험을 썼다. 새로운 도구에 대한 흥분도 있었고, 현실적인 벽 앞에서의 좌절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좋은 제안서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고객의 언어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 이것이 이기는 제안서의 조건이고, AI가 등장해도 이 조건은 달라지지 않는다.

AI는 이 과정을 더 빠르게, 더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방향을 잡는 것, 판단하는 것, 고객을 읽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세일즈의 본질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빠르게 비슷한 제안서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는 순간, 우리는 도구에 끌려다니게 된다. AI를 잘 쓴다는 것은 이 본질을 더 잘 구현하기 위해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지, 도구가 본질을 대신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다.

버전 1.0은 끝났다. 버전 2.0을 향해 계속 고쳐나갈 것이다.

댓글 0개

댓글 남기기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