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세일즈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고객이 움직일 때 반응하는 것이다. RFP가 나오면 제안서를 낸다. 미팅 요청이 오면 간다. 결정이 나면 기다린다. 고객의 프로세스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고객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판을 짜는 것이다. 문제를 먼저 정의해주고, 기준을 함께 설계하고, 결정의 방향을 미리 만들어둔다. 고객의 구매 프로세스를 리드하는 방식이다.
젠슨황의 한국 공략은 후자의 교과서였다.

전체 타임라인: 엔비디아의 한국 세일즈는 언제 시작됐는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은 방한 이벤트들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훨씬 앞서부터 단계적으로 설계된 움직임이었다.
2025년 9월 실무 접점 선점 두산그룹 박지원 부회장이 주요 경영진과 함께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AI 협업을 논의했다. 고객이 먼저 찾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자리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엔비디아 측의 사전 관계 설계가 있었다. 한국 로보틱스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이미 시작된 시점이다.
2025년 10월 C레벨 첫 선언 (APEC 경주) 젠슨황이 APEC 무대에서 “한국이 25만 GPU 소버린 AI를 구축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재용·정의선과 치킨집에서 비공식 만찬. 삼성·SK·현대·LG·네이버를 공동 파트너로 무대 위에 올렸다. 개별 딜이 아니라 국가 단위의 파트너십 프레임을 공개 선언하는 방식으로 Decider들을 한꺼번에 공략했다.
2026년 4월 선발대 실무 공략 매디슨 황이 단독으로 방한했다.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센터 방문, 김민표 대표와 기술 협력 논의. 서울대 AI 여성 리더십 포럼 강연. LG전자 양재 R&D 캠퍼스 시찰. C레벨 방문 6주 전에 실무·연구 레이어의 접점을 먼저 만들었다. 어젠다를 사전에 설계하고 Initiator들을 발굴함과 동시에 C레벨의 Decider를 직접 접촉하면서 공략을 본격화하는 단계였다.
2026년 6월 1일 대만에서 실무진 집결 GTC 타이베이 직후, 현지 포차에서 SK하이닉스·삼성·LG사이언스파크·두산로보틱스·네이버클라우드 실무 핵심 관계자들과 회식했다. C레벨 방한 4일 전, 실무 레이어를 먼저 움직여 방한의 어젠다를 확정했다. “서울에서 GTC를 열겠다”는 선언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
2026년 6월 5~9일 C레벨 방한 본게임 젠슨황이 가족과 함께 입국. T1 베이스캠프(User 공략) → 삼겹살 회동(Decider 공략) → 두산 야구장 시구(Initiator 공개 선언) → 서울대 AI연구소 → LG·현대·네이버 1784 연쇄 방문. 5일 동안 Buying Center의 레이어를 커버했다.
2026년 6월 10일 이후 즉각 팔로우업 회동 5일 만에 매디슨 황이 LG전자 양재 R&D를 재방문해 협력을 구체화했다. C레벨이 만든 약속을 실무가 즉시 받아 실행으로 연결했다.
B2B 세일즈 프로세스로 읽기
이 타임라인을 B2B 세일즈 단계로 재배열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기회 발굴 (Prospecting) 한국 반도체·로보틱스·AI 생태계를 공략 대상으로 정의했다. 두산의 본사 방문처럼 고객이 먼저 찾아오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었다. 공략할 시장과 계정을 먼저 선택했다.
2단계 Initiator 접촉 (Early Engagement) 매디슨 황의 선발대 방한이 이 단계다. 공식 발주 전에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먼저 만났다. 두산로보틱스의 AI 전환 고민, LG의 로보틱스 데이터 니즈, 서울대의 연구 방향. 이 고민들을 공식 어젠다로 만드는 것을 도왔다.
3단계 평가 기준 설계 (Shaping the Deal) 실무진 레이어의 접점을 통해 협력의 방향과 기준을 사전에 설계했다. 대만 포차 회식이 이 단계의 마무리였다. RFP가 아닌 공동 협력 구조로 딜의 형태 자체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
4단계 Decider 공략 (Executive Engagement) 젠슨황의 본방한이 이 단계다. 이미 실무 레이어가 준비된 상태에서 C레벨이 등장해 결론을 선언했다. Decider들은 이미 내부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였다. C레벨 미팅이 설득의 자리가 아니라 확인의 자리가 됐다.
5단계 관계망 확장 (Ecosystem Building) 삼겹살 한 자리에 SK·LG·네이버를 동시에 앉혔다. 각 Decider가 서로를 보는 자리에서 파트너십을 선언하게 만들었다. 개별 딜을 넘어 한국 전체를 엔비디아 생태계로 편입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6단계 실행 연결 (Follow-through) 회동 5일 만의 LG R&D 팔로우업이 이 단계다. C레벨의 약속이 실무 계획으로 즉시 전환됐다. 모멘텀이 식기 전에 다음 단계가 시작됐다.
고객의 구매를 리드한다는 것
이 타임라인에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엔비디아는 한 번도 “기다린” 적이 없다.
고객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았다. RFP를 기다리지 않았다. 미팅 후 반응을 기다리지 않았다. 모든 단계에서 먼저 움직였다. 다음 단계를 먼저 제안했다. 고객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었다.
이것이 고객의 구매를 리드하는 세일즈다.
반응하는 세일즈는 경쟁이 시작된 뒤에 뛰어든다. 리드하는 세일즈는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 판을 짠다. 전자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후자는 이미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한다.
젠슨황의 한국 공략이 화려해 보이는 이유는 그의 브랜드 때문이 아니다. 단계마다 먼저 움직이고, 레이어마다 접점을 만들고, 약속을 즉시 실행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는가, 아니면 고객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가. 이 질문이 당신의 세일즈 방식을 가르는 기준이다.
젠슨황에게 배우는 B2B 세일즈 : Buying Center 공략]
(프롤로그) 젠슨황이 삼겹살집으로 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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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당신이 미팅하는 그 사람, 결정권자가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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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한 명에게만 팔고 있다면, 사업기회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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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같은 제품을 팔면서 왜 그는 매번 다른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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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이긴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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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팔아주는 사람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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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미팅보다 중요한 것은 ‘팔로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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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 고객이 움직이기 전에 판을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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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젠슨황이 했던 것, 당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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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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